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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즐기다

만선행 2019. 5. 26. 21:07


                           

                                                      비를 즐기다


                                                                


                                                                     문예창작반


                                                                      유 구 자



  오늘은 김포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리더 워크 샾을 하는 날.


일 년에 한 번씩 운영위원급 회장님들과 센터직원들이 친목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콧바람을 쐬러 가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이란다. 벌써 두번째 나들이 가는 날을 잘못 잡는 센터의 감각이 싫었지만 어쩌랴, 그 곳에 갔을 때 비가 그치는 행운을 바라며 같이 가는 친구와 투덜거리며 떠났다. 재작년 을왕리 갔을 때는 모래 바람 때문에 바다와 해변도 못보고, 점심을 먹은 뒤 자기부상 열차만 탔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아침에 버스에 오르면서, '고마운 비는 타박하지 말고 즐기자'라는 다른 회원들의 말대로 비를 반기는 농촌 주민답게 우산과 우비를 준비해 가지고 출발했다. 어떤 사람은 더운 것보다 비오는 날이 더 났다고도 했다. 파주의 명물이라는 감악산 출렁다리가 원래의 목적지였는데 날씨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걷기가 좀 더 편한 마장호수로 장소를 바꿨단다.


 


한 시간 가량 경기북부 쪽으로 빗속을 달려서 마장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위에 출렁다리가 새로 놓였는데 둘레 길에 산책로도 새로 마련했고 걷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허지만 억수로 비는 쏟아지고 우비에 우산을 썼어도 바람과 빗줄기에 걷기가 힘들었다. 경사진 비탈 계단을 숨이 차게 올라 호수 앞에 서니 경치는 무척 아름다웠으나 멀리 보이는 출렁다리 까지는 너무 멀었다. 버스를 댈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 출렁다리 근처였다면 걸어가 보려고 했으나 푹 젖은 옷과 신발이 감당이 되지 않아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뒤돌아섰다. 비가 내려 더욱 아름다운 산과 호수, 긴 출렁다리와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두고 그냥 오기가 정말로 아쉬웠다.


비와 바람이 세차서 아주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감기에 걸릴까 두려워 우비와 젖은 신발을 수습했다. 나보다 젊은 사람들은 비에 젖으며 1시간을 걷고 즐겁게 돌아왔다. 악천후를 행복한 나들이로 받아드리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며,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니 건강에 자신 없어 위축되어 오래 즐기지 못하고 내려 와 버린 내가 부끄러웠다.


한 시간 쯤 지나 점심 회식 장소로 이동 했다. 능이백숙은 맛이 좋았다. 주류 비주류로 나누어 앉아 화담을 나누며 전과 막걸리를 곁들여 창밖의 비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행복했다. 센터의 앞날 계획과 협조 사항을 의논한 뒤 돌아가기로 하고 식당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남은 시간이 아쉽다 면서 통일로 옆에 위치한 프로방스 카페에 들렸다. 언 몸을 뜨거운 홍차와 폭신한 마늘빵으로 녹이며,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같은 봉사인 들로서의 고충과 보람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같이 간 친구는 나에게 향기 나는 허브 비누 한 개를 선물로 사주었다. 간식비를 아껴 준비 해준 센터 쪽의 선물은 파주의 자랑거리 장단콩으로 담근 장류들, 고마웠다.


떠난 곳으로 돌아오니 비는 또 쏟아졌지만 나이 드신 누님들을 봉고차로 배송하는 수고 까지 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귀가 했다.
서로를 아낄 줄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정말 즐거웠다.


비바람이 불어도, 운무에 싸인 아름다운 산천과 초목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시대를 사는 것에 감사한다. 비를 맞아도 좋고, 비 내리는 풍경을 내다보아도 좋다며, 행복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 곁에 산다는 것에 정말 감사한다. 이런 푸근한 마음으로 마무리하는 오늘은 보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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